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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에 도취, 백신 중요성 무시
각국 선구매경쟁 강 건너 불구경
전략 부재에 네 탓 책임 공방까지
대통령, 백신사태 직접 수습해야
백신 개발은 하늘의 별 따기다. 사람에게 감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800여개인데 예방효과를 공인받은 백신은 천연두 등 25개뿐이고 개발 기간도 평균 10년에 이른다. 그런데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예방효과 94∼95%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까지 받았다. 바이러스 독성을 제거하거나 아예 사멸시키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복사한 유전정보를 담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기술이 처음 활용됐고 막대한 투자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올해의 최대 과학 성과”라고 호평했다. 영국·미국·캐나다·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 등 7개국이 백신 접종에 돌입한 데 이어 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과 싱가포르·카타르도 연말까지 접종 대열에 합류한다. 코로나 창궐로 신음하던 인류에게 최고의 성탄절 선물임이 틀림없다.
코로나 종식의 구세주인 코로나 백신이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다. 문재인정부의 전략 부재와 무능·오만이 화를 부른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올 초부터 줄곧 백신의 중요성·시급성을 강조했지만 정부는 귓등으로 흘렸다. 정세균 총리는 “백신 도입 논의를 시작할 당시(7월) 확진자 수가 적었기 때문에 백신에 크게 의존할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 경쟁국들이 앞다퉈 선구매에 나섰지만 정부는 K방역 성과에 도취해 강 건너 불구경했다. 영국이 세계 처음으로 접종을 시작한 지난 8일 정부는 백신 4400만명분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그나마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명분을 뺀 나머지는 도입·접종 시기가 오리무중이다. 내년 2∼3월 들여온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임상 도중 정보은폐·부작용 논란이 불거져 승인과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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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춘렬 논설위원 |
심각한 건 정부가 잦은 거짓말로 신뢰 추락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중순 국회에서 “화이자와 모더나에서도 우리와 빨리 계약을 맺자고 재촉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 달 후 정 총리는 “내년 1분기 내에 (두 제약사의 백신) 접종이 어렵다”고 실토했다. 주요국이 이미 백신을 싹쓸이한 탓에 상반기 도입조차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늑장대처는 안전성 검증으로 포장되기 일쑤다. 방역 당국은 지난 7월 말 “(백신 확보와 개발은)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했지만 정부가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안전성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은 미 FDA의 승인이 없어도 접종을 강행하겠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여권 고위인사는 “언론이 백신 공포를 조장한다”, “백신 접종 후 알레르기 반응, 안면마비 등 부작용도 있다”고 한다. 무오류 허상에 빠진 공산당독재의 광기마저 연상케 한다.
현 추세라면 미국·영국 등 주요국은 5∼6월 중, 늦어도 가을까지 70∼80%의 국민이 면역력을 갖춰(집단면역) 코로나 터널에서 빠져나올 것이다. 우리는 하반기 들어서야 백신 접종이 본격화할 공산이 크다. K방역으로 찬사를 받던 우리나라가 졸지에 접종 후진국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도 특별히 늦지 않게 국민께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하니 한숨이 절로 난다.
백신 확보 실패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고통과 경제적 피해로 전가될 게 뻔하다. 지금도 대한민국은 겨울철 3차 대유행을 겪으며 사망자가 늘어나고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린 지 오래다. ‘5인 이상 모임 금지’라는 극약처방까지 쏟아지면서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은 파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내년에도 상당 기간 백신 없이 코로나 터널에 갇혀야 하는 우리로서는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재앙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이제 문재인정부는 정책 과오를 인정하고 백신 협상의 진상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정부 신뢰가 무너져서는 백약이 무효다.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백신 확보 총동원령을 내려 백신 도입과 접종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외교채널도 가동해 많은 백신을 확보한 국가로부터 여분을 들여오기 바란다. 관련 공무원 면책특권을 확대하고 민간부문도 참여하는 협상팀을 새로 꾸려야 할 것이다. 이것이 위기에 빠진 K방역을 살리는 길이다.
주춘렬 논설위원ⓒ 세상을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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