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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파업 찬반 투표
정년·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등
勞使, 입장차 커 협상타결 난관
파업가결땐 8년째 습관적 夏鬪
전문가 “산업위기 자초할 파업
노조측 위기로 이어지게 될것”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한 경제 위기 비상시국 와중에도 완성차 노조가 ‘하투(夏鬪)’ 시동을 걸었다.
최근 2∼3년간 수출을 이끌었던 반도체 실적이 고꾸라지는 등 대내외 악재가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운데 총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완성차 노조가 다음 달 전면 파업에 나설 경우, 가까스로 되살아나기 시작한 자동차 실적 호조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29일부터 이틀간 전 노조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했다. 노조는 이날 특수 공정 조합원 대상 투표를 시작으로 30일 울산·전주·아산공장, 남양연구소 등 전체 5만 명가량 조합원이 참여하는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인다. 투표 결과는 30일 밤늦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위한 상견례 이후 16차례 교섭했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노조는 지난 19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어 노조는 24일 임시 대의원 대회를 열고 노동쟁의 발생을 대의원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노조는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과 함께 파업 찬성이 절반을 넘으면 노조는 합법 파업을 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정년 연장과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등 노사 간 이견이 큰 사안이 많아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사측에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호봉 승급분 제외)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정년 64세로 연장 등을 요구했다.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 근절, 최저임금 미달 부품사에 납품 중단 요구 등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특별 요구도 넣었다.
기아자동차 노조도 이날부터 이틀간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23일 임금협상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가 파업권을 획득하면 여름휴가가 끝나는 8월 중순 전면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두 기업 노조가 이번에 파업에 돌입하면 8년째 파업을 이어가는 것이다.
한국GM 노조도 지난 25일 7차에 걸친 교섭 끝에 결렬을 선언하고 사실상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여름휴가가 끝난 직후 2019년 임금협상 일정을 노사가 조율할 예정이다.
이 밖에 현대중공업 노조도 지난 15∼17일 1만여 명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재적인원 대비 59.5%(투표자 대비 87.0%)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한 상태다.
이번 하투는 경제 위기 비상시국 와중에 감행되면서 명분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와 함께 국가 수출을 떠받치고 있던 반도체가 일본 경제 보복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실적마저 내려앉으면서 한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반도체 업황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난 5일 삼성전자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56.29% 급감한 6조5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0% 가까이 쪼그라들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감산까지 단행했다.
김성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발 경제 보복 조치로 나라 경제 전체가 위기인 상황에 벌어지는 명분 없는 파업은 국민 정서와도 담을 쌓은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 상황에서 파업을 단행하는 것은 노동자 스스로가 산업 위기를 자초하는 행위로 또 다른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파업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함으로써 당장은 이득이 될 수 있지만, 기업이 노동자를 늘려줘야 노조도 지속 가능한데 본인들 기득권만 주장하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권도경·이은지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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