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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란 우리가 `실수`에 붙인 다른 이름이다"
실험같은 인생 살다 간 빅토리아 시대의 이단아
옥스퍼드대학 졸업식 날 오스카 와일드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유명해질 거야. 유명해지지 못할 거면 악명이라도 떨칠 거야."
오스카 와일드는 유명해질 모든 조건을 다 갖춘 남자였다.
우선 그는 속칭 '엄친아'였다. 아버지 윌리엄은 의사이자 학자로 여왕의 주치의를 지내기도 한 작위를 받은 귀족이었다. 어머니 제인 와일드는 명문가 출신의 시인이었다. 오스카는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190㎝가 넘는 키에 잘생긴 얼굴은 늘 돋보였다. 검은색 옷만 입던 당시 남성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뛰어난 패션감각은 덤이었다.
그는 또 명석한 두뇌와 지적인 감각, 타고난 문재(文才)를 지닌 사람이었다.
옥스퍼드대 재학 시절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지은 시로 문단을 떠들썩하게 했고, 졸업 후 뉴욕과 파리에서 유미주의 미학 강연을 하면서 국제적인 지성계 스타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사랑받는 동화 '행복한 왕자', 새로운 소설형식을 탄생시킨 장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희곡 '살로메' 등은 그의 이름을 문학사에 뚜렷하게 새기고도 남음이 있었다. 또 그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달변이었다. 그가 남긴 달변의 흔적은 명언이라는 형식으로 남아 여전히 활용된다. 무릎을 치게 되는 촌철살인의 위트는 지금 봐도 놀랍다. 맛보기로 몇 개 읽어보자.
"젊을 때는 인생에서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그것이 사실이었음을 알겠다."
"대중은 무엇이나 알고 싶어 하지만, 정작 알아야 할 것은 알려 하지 않는다."
"경험이란 우리가 '실수'에 붙인 다른 이름이다."
오스카는 대학 졸업식장에서 자신의 미래를 예견했던 걸까. 그는 자신의 말처럼 유명을 넘어 악명도 떨친다.
결혼을 해서 자녀가 둘이나 있던 오스카는 청소년들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고발을 당한다. 동성애만으로도 처벌을 받던 빅토리아 시대에 어린 귀족 자제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은 오스카의 명성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오스카는 실제로 동성애적 경향이 있었고 귀족의 아들 앨프리드 더글러스와 사귀었다. 이를 알게 된 앨프리드의 아버지 퀸즈베리 후작이 사실을 부풀려 고소를 제기한 것이었다. 그의 운명이 다해서였을까. 온 유럽의 관심을 끈 재판정에서 오스카는 자신의 달변 때문에 유죄판결을 받는다.
검사가 "앨프리드의 어린 하인에게도 키스한 적이 있냐"고 묻자 "너무 못생겨서 키스할 생각이 안 들었다"고 답을 한 것이었다.
2년 강제노역형을 선고받은 오스카는 레딩 감옥에서 수형생활을 한다. 놀라운 건 모든 것을 다 잃은 이 상황에서도 오스카가 펜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때 기록이 '심연으로부터'라는 책으로 남아있다. 책에는 이런 탄식이 담겨있다.
"나는 나의 천재를 헤프게 쓰고, 젊음을 낭비하는 것에 야릇한 즐거움을 느꼈어. 정상에 있는 것이 지겨워진 나는 새로운 감각을 찾아 깊은 구렁 속으로 내려간 거야. 고통의 모든 방식을 거친 거지."
감옥에서 나와 추방당한 오스카는 프랑스에서 가난하게 살다 뇌수막염으로 46세의 나이에 사망한다. 그가 죽고 10여 년이 지난 1917년 영국 정부는 그를 동성애자 사후 사면법 대상자에 포함시킨다. 오스카가 사회와 문단에서 복원되는 순간이었다.
그가 왜 실험적인 인생을 살았는지. 그것이 의도였는지 필연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단지 '신은 다 주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를 뿐이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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