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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81년 3월10일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호황 이후…꽁꽁 얼었던 음반계’
1970년대 후반에 등장해 공전의 히트곡이 된 혜은이 <당신은 모르실거야>(왼쪽), 조용필 <돌아와요 부산항에>1981년 3월10일자 경향신문 ‘연예화제’ 코너엔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꽁꽁 언 레코드 경기, 풀릴 기약 없다>는 제목의 기사인데요.
80년대 초반 당시 레코드 도매상들의 매출이 매 분기마다 눈에 띄게 격감해서 “올해 매출이 (77~78년 호황기에 비해) 10% 수준(삼성사)”이라는 아우성까지도 들려왔다고 합니다. 삼성사와 마찬가지로 전국 규모의 음반 대도매상인 대음사 역시 “(매출이) 절반도 못 된다”고 탄식했다고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신문광고를 보면 레코드 소매상을 염가처분하겠다는 광고도 흔하고 대도매상과 거래하던 중간도매상들의 폐업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였습니다. 당시 13개 레코드메이커 가운데 S사, H사 두곳이 당시 거액의 부도를 내고 조업중단 태세에 들어갈 정도였으니 업계의 탄식이 단순한 ‘우는 소리’ 정도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기사는 이러한 1980년대 초반 레코드업계의 불황 이유를 주요 레코드메이커들의 ‘국내판 기피현상’으로 꼽습니다.
레코드메이커를 요즘 말로 바꾸면 SM이나 빅히트, JYP같은 ‘연예기획사’ 정도가 될 수 있을텐데요. PD메이커는 이런 기획사에 소속돼 적극적으로 가수를 발굴하고 앨범의 컨셉을 정하는 등 총괄 에디터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1970년대 일부 대형 레코드메이커들이 전속 가수를 두고 직접 기획형 음반을 내서 공전의 히트를 치기도 하면서 레코드메이커들은 경쟁적으로 기라성같은 앨범들을 쏟아내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당시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하수영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최헌의 <오동잎>,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 등입니다. 대마초 사건이 터지기 직전이라 이장희, 채은옥, 하남석 등도 발군의 역할을 해냈습니다.
마찬가지로 1970년대 후반 레코드 시장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노래들 가운데 하나인 하수영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왼쪽), 최현 <오동잎>하지만 분위기는 1980년에 들어 반전됩니다. 그해 8월부터 PD메이커의 영업행위가 금지되면서 자체적으로 레코드 상품 제작, 기획을 하는 음반의 수가 크게 줄어든 것입니다. 기껏 제작한 음반을 영업할 수 없으니 레코드메이커들은 전속 가수를 발굴하고 거액을 들여 자체 앨범을 제작하는 ‘도박’을 하기를 꺼리게 됩니다. 기사에 따르면 1981년 초 당시 13개 레코드메이커 가운데 이처럼 전속 가수와 자체 문예부를 두고 창작음반을 제작하는 곳은 절반이 채 못되는 5~6개사뿐이었다고 합니다.
기사는 자체 제작을 하지 않는 레코드메이커들이 “싸구려 외제 마스터 테이프를 수입해다가 복제해내는 라이선스 음반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며 “PD들의 제작활동에 일단 쐐기가 박혔음에도 그들이 남긴 공백을 메울 작업은 않고 있는 눈치”라고 촌평합니다. 이 결과 ‘히트곡’이 부재하게 된 레코드 시장은 경기에 종속되게 된 것입니다.
레코드의 구매는 생활에 필수적인 의식주 문제에 비해서는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기 마련입니다. 이에 레코드 구매 수준 역시 일반 경기에 종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레코드 시장 자체 내에서 경기 부양 견인 역할을 하는 요소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히트곡의 존재입니다. 하나의 메가히트송이 등장하면 이에 영향을 받아 다른 디스크들의 판매율도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한 판매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산발적인 히트는 대세의 만회에 크게 기여할 수 없습니다. 현상유지는 보탬이 될 망정 레코드 매기의 진작을 위해서는 음반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창작가요를 제작해야 할 것입니다”
1981년, 국내 레코드 시장의 우울한 연초 스케치를 그려낸 해당 기사 이후로 레코드 시장의 흐름은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국내 레코드 시장은 해법을 그간 발굴되지 않은 ‘노다지’였던 ‘해외 히트송’에서 찾기 시작합니다. 국내엔 업계 규제 등 여러 이유로 인해 히트송이 점차 줄어들었지만 해외는 비틀즈, 마이클잭슨, 마돈나 등을 위시한 전설적인 가수들의 컴필레이션 앨범, 히트앨범들이 쏟아져나온 시기였기 때문이죠.
당시 기사는 ‘싸구려 외제 마스터 테이프를 복제하는 라이선스 음반’을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이후 해외 음반의 국내 수입 확대로 인해 국내엔 ‘팝키드’들의 전성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팝송 음반의 판매량은 국내 음반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1981년엔 팝송과 국내 가요 음반 판매 비율이 6:4까지 바뀌면서 역전이 일어났다고 하네요.
1983년엔 최초로 ‘CD’라는 획기적인 음악 저장, 청취 수단이 탄생하면서 이후 약 10년간 레코드 시장의 중심은 본격적으로 LP에서 카세트테잎, CD로 옮겨가기 시작하는데요.
최근엔 ‘레트로’ 컨셉의 유행으로 인해 오아시스 레코드가 26년 만에 LP 생산을 재개하고 가수 백예린은 지난해 바이닐 앨범을 내 1만5000장을 완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언젠가는 다시 오프라인 레코드샵에서 LP판을 다시 둘러보게 될 날도 오게 될까요?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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