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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총도 없이 싸우며 도피시간 벌어…옛 산동교 철거 위기 딛고 현충시설 지정
'국도 1호선에서 남하 막자' 군경합동부대, 인민군 탱크에 맞서 
광주 유일 6·25 전적지 산동교 (광주=연합뉴스) 지난 15일 오전 광주 유일 6·25 전적지인 옛 동교 위를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고 있다. 2020.6.18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천정인 기자 = '우르르 쾅'.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약 한 달 뒤인 1950년 7월 23일 새벽 4시께 광주 북구 동림동에 있는 산동교가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국도 1호선의 전신인 광주와 전남 장성군을 잇는 신작로의 길목에 위치한 산동교를 군경합동부대가 인민군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폭파한 것이다.
옛 산동교는 폭 6m, 길이 228m로 목포와 신의주를 잇는 국도 1호선의 일부다.
1934년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광주 북구의 진·출입로 역할을 해왔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인민군이 한 달도 안 돼 7월 22일 장성을 넘어 광주까지 파죽지세로 진격했다.
전쟁 초기 호남 방어부대인 5사단 20연대가 전선으로 급히 차출되자 빈자리를 26연대가 새롭게 편성해 맡았다.
잔류병력, 전선에서 후퇴한 군인, 광주지역 중학생 등이 부대에 편성됐지만, 병력 규모가 연대급은커녕 1개 대대 수준에 불과했다.
무기도 턱없이 부족해 경찰로부터 입수한 99식 소총 1정, 광주병원 입원 환자가 가지고 있던 M1 소총 몇정이 전부여서 각 대대는 약 10%만 소총을 가지고 있었다.
500여명의 경찰 병력도 있었지만, 3명 중 1명만 소총을 가지고 있던 형편이었다.
장성에서 남하하는 인민군을 막으려다 여의치 않아 후퇴한 군경합동부대는 탱크를 앞세우고 전진하는 인민군을 방어하기 위해 결국 산동교를 폭파하기로 했다.
옛 산동교의 교각 (광주=연합뉴스) 지난 15일 오전 광주 유일 6·25 전적지인 옛 동교 아래서 교각을 바라본 모습이다. 2020.6.18 7월 23일 새벽, 산동교는 굉음 소리와 함께 무너져내렸다.
합동부대는 산동교를 폭파하고 영산강 너머 광주 방향 산등선에 진지를 편성해 교전에 대비했다.
오후 11시 30분 인민군 6사단 15연대 병력 일부가 탱크 3대를 앞세워 무너져 내린 산동교 앞에 도착했다.
군경합동부대는 2.3인치 로켓포와 몇 되지 않은 소총을 쏘며 대응했지만, 인민군은 유유히 강물을 건너며 광주 도심을 향해 포격을 쏟아부었다.
결국 합동부대는 1시간여 교전 후 후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1시간이 피난민에게는 목숨을 살릴 소중한 시간이었다.
인민군이 목전에 온 지도 모르고 집에 머물던 광주 주민들은 산동교 인근에서 들리는 총소리에 놀라 피난길에 나섰다.
후방 전남도청 별관에서 목이 터져라 공군기 엄호를 요청하던 사단장은 '광주를 방어하지 못할 바에는 주민의 안전이라도 도모해야 한다'고 판단, 방송국에 나가 피난을 독려하기도 했다.
산동교 전투 재연[광주 북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군경합동부대에 편성된 조귀보(총경 퇴직) 씨도 산동교 전투 한가운데 있었다.
그는 인민군의 집중포화에 실탄까지 전부 떨어져 아군이 모두 분산되자, 중상을 입은 대대장을 업고 6㎞ 달려 후퇴했다.
가까스로 도착한 전남 경찰국에서 의료진을 만나 함께 퇴각 중에 뒤쫓아온 적 탱크 부대와 맞닥뜨렸지만, 기습 공격을 쏟아붓고 다시 화순지역으로 후퇴하기도 했다.
이날 전투로 군경합동부대원 30여명이 전사했고, 약 50명이 다쳤다고 조씨는 증언했다.
산동교는 이후 일부 복구를 거쳐 60여년간 광주시민의 발이 돼왔으나, 1995년 안전상의 이유로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앞서 1992년에 옆에 새로운 다리가 건설되면서 철거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광주의 유일한 6·25 전쟁 전적지인 산동교를 지켜야 한다는 여론에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2011년에는 현충 시설로 지정돼 시민의 휴식처와 교육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광주지방보훈청 관계자는 "광주 유일 6·25 전적지인 산동교의 역사를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옛 산동교, 현충시설로 보존(광주=연합뉴스) 지난 15일 오전 촬영한 광주 유일 6·25 전적지인 옛 산동교의 모습. 2020.6.18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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