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 2009년 8월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만나 ‘금강산 관광 조속 재개’ 합의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 1면 톱기사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남측으로의 귀환을 5차례나 미루는 등 배수진을 친 끝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났다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일 동지께서 16일 남조선 현대그룹 회장을 접견하셨다”면서 “김양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이 여기에 함께 참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면담은 현 회장의 방북 6일 만에 이뤄졌습니다.
면담 하루 뒤인 17일 현대그룹과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원회는 5개항의 교류사업에 합의하고 이를 담은 공동 보도문을 발표했습니다. 합의사항은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재개, 백두산 관광 등이었습니다.
7박8일간의 방북을 마치고 이날 오후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귀환한 현 회장은 성명을 통해 “김 위원장과 16일 오찬을 겸해 묘향산에서 4시간 동안 면담을 했다”면서 “지난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앞으로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현 회장 방북 당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살 사건으로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또다른 성과도 있었습니다. 4개월 이상 북한에 억류돼 있던 개성공단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가 13일 풀려나 남측으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국이 아닌 현대그룹과 북측의 대남사업 주체인 아태평화위 사이에서 이뤄진 민간 차원의 합의는 현실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특히 금강산 관광은 중단된 지 11년이 됐습니다. 유엔 대북제재와도 얽혀 있는 사안이라 쉽사리 재개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4월 판문점 선언 이후 현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협 테스크포스팀(TFT)’를 가동하며 남북 경협 사업 재개에 힘쓰고 있습니다. 대북사업 재개가 특히 중요한 현대그룹으로선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한반도 정세 때문에 속이 타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15일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가 끝난 뒤 대기업·중견기업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는데요, 대북 제재로 본격적인 경협의 길이 열리지 않고 있어 고전하는 현대그룹 처지를 고려해 현 회장에게 덕담을 건넸습니다. “요즘 현대그룹은 희망 고문을 받고 있다. 뭔가 열릴 듯 열릴 듯 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지만 결국은 잘 될 것이다. 속도를 내겠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극일’의 방법론으로 평화경제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하루 만에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통해 문 대통령을 겨냥한 막말성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 등 실질적인 메시지가 나오지 않은 것 때문에 북한이 실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연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없지 않았는데요, 이젠 3차 북·미 정상회담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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