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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70년 2월27일 ‘50년 전 일본인들이 본 한국’
 한국과 일본을 표현한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한국인들이 가장 손에 땀을 쥐고 보는 운동경기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한일전이죠. 종목을 막론하고 승부욕이 불타오르니까요.
‘가깝고도 먼 이웃’ 한국과 일본은 오랜 역사 속 앙금과 새로운 갈등을 공유하는 사이입니다. 지난 2018년 일본 강제징용 배상 관련 대법원 판결 이후 심화된 갈등은 지난해 일본의 무역 보복으로 이어졌고,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제품 안 사고 일본여행 안 가기 운동이 불붙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반세기 전 일본이 한국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땠을까요? 지금과 많이 다를까요?
1970년 오늘 경향신문 1면에 실린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가 그 해답이 될 것 같습니다.
 1970년 2월27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당시 경향신문은 도쿄특파원이 일본 도쿄대학 내 신문연구소의 협조를 받아 진행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는데요. 해당 조사는 1965년 6월22일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것이었습니다.
설문은 극동 안보와 한일 관계, 한·일 경제협력, 한국 통일에 관한 문제 등 정치적 측면에서부터 전 식민통치에 대한 평가, 재일교포에 대한 처우, 한국상품에 대한 인식, 한국에 대한 이미지 등 민족감정 측면에 이르기까지 총 22가지 문항으로 진행됐는데요. 이 여론조사는 당시 미국이 ‘닉슨 독트린’을 통해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한반도 정세에 일본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교정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일본 국민의 53%가 일본 사토 내각의 한국에 대한 지원방침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압도적 다수인 87%가 한·일 협력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한·일 협력이란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면은 지지하면서도, 직접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에서는 현실주의적인 면도 드러났습니다. 무역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견은 30%를 넘지 못했습니다. 한국상품을 써본 사람은 18%에 불과했고, 사용해보지 못한 사람이 81%나 됐습니다. 게다가 한국상품 하면 막연히 인삼(50%)·공예품(34%)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이 다수여서 한국의 실정에 대해서는 그리 밝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일본에 영주하고 있는 재일교포에 대한 인식은 꽤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일본에서 계속 외국인으로 살아도 좋다는 의견이 64.5%로 나타났고, 일본에 귀화시키자는 의견은 24%, 한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의견은 5.5%에 불과했습니다. 약 10년 전 조사 때는 일본 국민 대부분이 재일교포를 본국에 귀국시키는 것을 요구했었다고 하니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일본 국민의 대한 감정이 훨씬 개선됐음을 보여준 것이었죠.
그러나 일본이 36년간 한국을 식민지로 지배한 데 대해 32%나 되는 수가 적극적이건 소극적이건 긍정적 의견을 보였고, 일본문화가 한국고유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수가 26%, 한국 민족은 아직 근대화되지 못했고 비문화적이라는 견해가 25%나 되어 한국인에 대한 차별의식이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외국여행 기회를 준다면 한국을 택하겠다는 사람은 20%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런 의식의 표현이었다고 합니다.
해당 조사는 도쿄도 무사시노시, 사이타마현 지치부시, 도쿄의 시부야구에서 무작위 추출한 186명을 대상으로 10일간 직접인터뷰로 이뤄졌습니다.
그렇다면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 인식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지난해 6월 공개된 ‘한·일 국민 상호 인식조사’에 따르면, 50년 전과 마찬가지로 안보와 경제 분야 등에서 한·일 협력에 대한 지지는 높았습니다. 일본인의 40.4%가 ‘한·미 동맹이 일본에게 필요하다’고 답했고 한국인의 58.6%가 ‘미·일 동맹이 한국에게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또, 한·일 경제협력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일본인은 43.4%, 한국인은 83.1%였습니다.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답변은 일본인의 50.9%, 한국인의 84.4%를 차지했으며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답변은 일본인의 40.2%, 한국인의 70.8%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양국에 대한 인상은 부정적인 인식이 더 컸습니다.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상은 20.0%, 부정적 인식은 49.9%로 나타났습니다. 처음 조사를 시작한 2013년(긍정 31.1%, 부정 37.3%)에 비해서도 악화된 모습이었는데요.
반면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긍정적 인상은 31.7%, 부정적 인상은 49.9%으로 일본에 비해 긍정적 인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년 전(긍정 12.2%, 부정 76.6%)에 비해서도 반일감정이 다소 누그러진 상황이었습니다.
상대 국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원인은 한국의 경우 독도 문제 등에 관한 일본인의 역사인식을 꼽았고, 일본의 경우는 역사 문제로 일본을 계속 비판하는 태도와 행동을 꼽았습니다.
그러나 눈길을 끄는 점은 한·일 양국 모두 19~39 세대가 상대국가에 대해 더 긍정적 인상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대국가를 여행해본 경험이 많고, 문화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듯합니다.
젊은 세대가 더 긍정적이라는 건, 아마 50년 뒤쯤엔 양국 간에 더 긍정적 평가가 늘 거라는 기대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름뿐인 ‘화해와 치유’가 아니라, 진정한 사과로 인한 화해가 양국 간의 오랜 응어리와 상처를 치유해줄 때 더 확실한 성과가 나타나겠지만요.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 장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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