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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영화 <백두산>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2010년 11월6일 140년 만 최악의 폭발백두산이 폭발한다면? 다들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으셨나요. 이 질문을 스크린에 담은 영화도 작년에 개봉했죠. 사실 한국에선 화산 폭발이 피부에 와닿는 재난은 아닙니다.
인도네시아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인도네시아에는 활화산이 무려 129개나 있습니다. ‘불의 고리’라고 부르는 환태평양 조산대와 알파이드대 양쪽 모두에 걸쳐 있어 지진과 화산 폭발이 잦은 편이죠.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엔 메라피(므라피) 화산이 폭발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2010년 11월4일 밤 인도네시아 자바섬 욕야카르타(족자카르타)의 므라피 화산이 폭발했습니다. 므라피 화산은 그해 10월26일부터 여러 차례 폭발했는데요. 이날은 무려 24시간 넘게 화산 물질을 분출했습니다.
현지 언론은 “1870년대 이후 최악의 폭발”이라고 전했습니다. 300명 이상이 숨지고 40만명이 이재민이 됐거든요. 마을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젠돌 강으로부터 15㎞ 떨어진 아르고물요의 브로강수루 마을 이야기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강을 따라 높이 3m, 두께 2m의 콘크리트 둑을 쌓고 살았는데요. 둑에 넘쳐흐르는 뜨거운 용암류를 피하지 못해 화를 입었습니다. 마을에 있는 집 10채가 모두 잿더미가 됐고 이중 5채에서 시신 30구가 발견됐습니다. 옷, 담요, 매트리스 등이 750도에 달하는 뜨거운 가스 구름에 녹아 살갗에 눌어붙으면서 주민들이 심한 화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높이 2930m의 므라피 화산은 1930년 폭발해 1300명이 숨졌고 1994년과 2006년에도 폭발해 사상자를 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1월과 3월, 4월, 6월에 화산재를 분출했고요.
인도네시아에 지진과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재해가 잦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섬들로 이뤄진 나라입니다. 약 1만7500개에 달하죠. 각 섬들의 지각을 이루는 판이 요동치면서 지진과 화산 폭발이 일어납니다. 유라시아판과 호주판이 마찰하면서 생길 열로 암석이 녹아 용암이 생성되고, 이 용암으로 인해 화산이 분출하고 지진이 발생하는 것이죠.
므라피 화산은 뜻 자체가 ‘불의 산’이기도 합니다. 이 화산을 지키는 '산지기'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마리얀 할아버지입니다. 마리얀은 자바섬 욕야카르타 특별주의 술탄(이슬람교 지역을 다스리는 토호나 작은 군주)으로부터 공식 임명된 산지기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산 분화구 안에 수많은 영(靈)들이 모여 있다고 믿었는데요. 화산 폭발이 정말 임박하면 마리얀 할아버지가 미리 영들에게서 계시를 받아 알려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마리얀 할아버지. AP연합뉴스안타깝게도 마리얀 할아버지는 기사에서 소개한, 2010년 화산 폭발 때 사망했습니다. 2010년 10월27일 BBC 뉴스는 “화산 폭발 경보가 발표되고 대부분 마을 사람들이 대피했지만 83세 마리얀 할아버지는 므라피 산에 남았다. 그는 그의 집에서 기도하는 자세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다음날 여러 마을 사람들이 모여 ‘영적 산지기’였던 마리얀 할아버지의 죽음을 추도했다고 합니다.
탁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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