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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기열, 황열병, 지카 등을 옮기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위키미디어치명적인 바이러스 질병인 뎅기열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비영리기구인 세계모기프로그램(WMP)은 지난달 26일 “인도네시아에서 모기에게 월바키아 세균을 집어넣고 방사해 뎅기열 환자 발생률을 77%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하듯, 모기의 기생 세균이 바이러스를 억제한 것이다.
뎅기열은 이집트숲모기가 옮기는 뎅기 바이러스가 유발하는데, 고열과 극심한 두통을 일으킨다. 매년 전 세계에서 4억명이 감염되고 2만5000여명이 목숨을 잃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0년간 기후변화와 모기 서식지로 인간이 진입하면서 뎅기열 환자가 30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매년 700만명 이상 환자가 발생한다.
인도네시아 가자 마다대의 아디 우타리니 교수와 미국 UC버클리의 니컬러스 주얼 교수 공동 연구진은 40만명이 사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24개 지역을 대상으로 월바키아균의 뎅기열 감소 효과를 실험했다.
12지역에 월바키아균을 감염시킨 모기를 방사하고, 다른 12곳과 뎅기열 환자 발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월바키아균 모기를 방사한 곳은 뎅기열 환자가 다른 곳보다 4분의 1로 줄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영국 리버풀 열대의학대의 필립 매콜 교수는 “정식으로 연구 자료 전체를 확인해봐야겠지만 77% 감소는 정말 대단한 결과”라며 “뎅기열을 박멸할 유망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기생균인 월바키아균을 집어넣은 모기들. 이 모기들은 뎅기열 바이러스를 옮기지 못한다. /세계모기프로그램월바키아균은 잠자리와 나방, 초파리 등 곤충의 60%에 감염되는 세균이다. 호주 모나시대의 스콧 오닐 교수는 1990년대부터 월바키아균으로 뎅기열을 차단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실에서 월바키아균에 감염된 모기는 뎅기열 바이러스를 옮기지 못했다.
2018년에는 호주에서 월바키아균을 넣은 모기 400만 마리를 풀어 뎅기열이 매우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하지만 당시 연구는 비교 대상이 없었고, 호주는 동남아시아나 남미보다 뎅기열 발생 자체가 적어 이번 결과에 비할 바가 못 됐다.
세계모기프로그램은 앞으로 5년간 7500만명이 사는 지역에서 월바키아 모기를 방사하겠다고 밝혔다. 10년 안에는 인구 10억명이 월바키아 모기의 혜택을 보도록 할 계획이다. 미국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과 영국 웰컴 트러스트, 인도네시아 타히자 재단 등이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집트숲모기는 뎅기열 외에도 황열병 바이러스와 치쿤구니아열 바이러스, 신생아에서 두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는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도 옮긴다. 살충제를 뿌려도 효과가 일시적이고 저항력을 가진 모기까지 나와 대책 마련이 시급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지난달 키스 제도에 이른바 ‘불임(不妊)’ 이집트숲모기를 방사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불임 유전자를 가진 수컷이 자연에 방사돼 야생 암컷과 짝짓기를 하면 나중에 태어난 암컷 애벌레는 성충으로 자라지 못하고 죽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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