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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사흘 만에 중단됐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실행위원장인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그제 “(전시에 항의하는) 테러 예고나 협박성 전화·메일이 와서 안전이 우려된다”면서 소녀상이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를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소녀상을 비롯해 그동안 일본 정부의 외압으로 전시되지 못한 작품들이 내걸렸다.
지난 1일 이번 전시가 개막하자 일본 정부 인사들의 전방위적인 중단 압력이 이어졌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일 “(전시회에 대한) 정부보조금 교부 결정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확인해 정밀히 조사한 뒤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 소녀상 전시를 문제 삼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같은 날 전시장을 찾은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면서 소녀상 전시를 중지하라고 오무라 지사에게 요구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한국에 경제보복 조치를 취한 일본 정부가 정부보조금을 무기로 표현의 자유까지 억압하고 나선 것이다. 옹졸한 처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소녀상 전시를 막으려는 일본 정부의 집요한 행태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독일 베를린 북부 브란덴부르크주의 소도시 라벤스브뤼크의 옛 나치 강제수용소 기념관은 2017년 현지의 한국 관련 시민단체 코리아페어반트의 대표로부터 10㎝가 채 안 되는 ‘작은 소녀상’을 선물 받아 전시했다. 하지만 기념관 측은 독일 주재 일본대사관 측의 압박에 못 이겨 소녀상을 전시작품에서 제외했다. 주독 일본대사관은 지난 2일 베를린에서 시작된 한 전시회에 소녀상이 출품되자 ‘위안부 문제는 이미 한국과 합의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철거 압력을 넣었다. 이러고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라고 자임할 수 있는지 묻게 된다.
일본펜클럽은 소녀상 전시를 계속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아사히신문은 1면 기사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생각할 기회가 닫혀버렸다”고 지적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큐레이터들은 “역사적 폭거”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비판을 받아들여 반민주적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일본의 국격은 다시 한번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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